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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

공대 출신으로 산다는 것…“이만하면 괜찮지 않나요?”

공대 출신으로 산다는 것…“이만하면 괜찮지 않나요?”
[쿠키뉴스 2007-03-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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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1997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20대 청년들은 이제 30대 중·후반의 중견사회인이 됐다. 직장이 확인된 졸업생 728명의 60% 이상이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272명(37.3%)이 박사학위 소유자였고 직위는 대부분 과장급이다.

본보가 전화인터뷰한 전공관련 분야 근무자 28명 중 21명은 대체로 현재 사회적 위치에 만족하고 있었고 서울대 공대 졸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또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부는 불안정한 직장 환경과 짧은 정년 등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최고 엘리트라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졸업장을 받았지만 10년간 사회생활 끝에 좌절만 얻었다며 진로를 뒤늦게 바꾼 경우도 있었다.

◇“이만하면 괜찮게 사는 것 아닌가요?”=인터뷰에 응한 28명 중 21명은 공대로 진학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10년간 노력한 만큼 적절한 사회적 위치나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다면서 “30대 중반 또래에 비하면 비교적 풍족하게 살고 있다”고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17명은 스스로 국가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대 출신은 의과대학이나 사법시험 출신보다 취업·창업 기회가 넓어 다양한 직종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자랑한 졸업생도 있었다.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 휴대전화개발연구팀에 근무하는 이모씨는 “의사든 공학도든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천차만별의 대우를 받는 것 아니냐”며 “공대생은 마음만 먹으면 취직은 물론 이직이나 창업에서 의사 등 전문직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대 고민은 불확실한 미래=공대에 진학한 결정을 후회한다는 응답자는 28명 중 7명이었다. 이들은 사회적 위치나 급여 수준에 상관 없이 공대 출신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했다.

공업화학과를 졸업하고 9년간 대기업의 지방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법대와 경영대 출신 동기들이 사내에서 주목받는 소식을 접하고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내가 지방을 전전하는 동안 법대와 경영대를 졸업한 사람들은 본사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10년간의 직장생활이 덧없게 느껴졌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길을 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대 진학을 후회하는지에 상관 없이 28명 중 22명은 신분 불안에 따른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답했다. 즉 10년 전 졸업한 공학도들은 지금의 사회 위치에는 만족하지만 미래 전망은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기계설계학과 졸업생 최모씨는 “연구원들은 언제나 경기침체의 최우선 희생자였다”며 “사오정(45세 정년)이나 삼팔선(38세를 넘기기 어렵다는 신조어)은 더이상 공학도에게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새 길을 모색하는 공학도들=일부 졸업생은 보다 나은 현실을 찾아 과감히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의사나 교사가 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르고 대학에 다시 들어간 졸업생이 있었다. 구조조정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뛰쳐나와 창업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촉망 받던 이모(화학공학과)씨는 2년 전 한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의대에 진학했던 고교 친구를 우연히 만난 직후였다. 이씨는 “의대에 진학한 고교 친구를 결혼식장에서 만났는데 내 수입의 몇 배를 번다고 했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나를 짓눌렀고 고민 끝에 다시 공부해 한의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IT기업 창업을 준비중인 전기공학부 출신 이모씨는 “상시 구조조정의 스트레스에 더이상 시달리기 싫었다”며 “내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기업문화 변화가 위기 해결 열쇠”=공대 진학을 후회한다는 응답자들은 기업들의 잘못된 풍토에서 위기가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술개발 보다는 뒷돈 거래나 부동산 투자 등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모(컴퓨터공학과)씨는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영업에만 공을 들이는 기업들 때문에 공학도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의 기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공대 출신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하기 보다는 톱니바퀴처럼 조직문화에 순응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일침을 놨다.

대학 교육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실험은 하지 않고 이론에 치중하는데 공학도들의 수준이 나아질 리가 없다는 것이 요지다.

공대 졸업생들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모(전기공학부)씨는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살아남으려면 과학 인재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며 “대학이 이공대생을 잘 가르치고 기업이 이들을 잘 대우하면 위기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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